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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0-10-31 13:42
울산제일일보(2010.10.18)-단풍(丹楓)단상(斷想)
 글쓴이 : 병영교회
   
단풍(丹楓)단상(斷想) 
 
지금 설악산에, 그리고 오대산엔 단풍이 절정이어서 수많은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단다. 단풍이 좋아서 일거다. 단풍을 닮거나 부러워서 일거다.

그게 아니면 문화부 장관을 지낸 이어령씨의 고백처럼 서글퍼서, 아니면 아쉬워서 일수도 있을 거다. - “나뭇잎이 진다. 슬픈 음악처럼, 혹은 고별의 몸짓처럼 그렇게 나뭇잎이 지고 있다. 퇴색한 생명의 조각들이 마지막 여름의 추억을 간직한 채 아쉬움 속에서 전율한다. 낙엽을 밟고 지나가면 우리들도 무엇인가 상실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정하게만 느껴지던 벗들이, 화려한 것처럼 보이기만 하던 생명의 채색들이, 그리고 모든 대화가 환상처럼 꺼져 가고 있음을 느낀다. 떨어져 가는 나뭇잎은 영원하지 않은 인간의 생명을 새삼스럽게 깨우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령 李御寧/ 증언(證言)하는 캘린더》

그것도 아니면 시인 R 구르몽처럼 낙엽 밝는 소리가 좋아서 일수도 있을 것이다. - “시몬, 나뭇잎새 져 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쓸쓸하다/ 낙엽은 덧없이 버림을 받아 땅 위에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 석양의 낙엽 모습은 쓸쓸하다/ 바람에 불릴 적마다 낙엽은 상냥스러이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이리라/ 가까이 오라, 벌써 밤이 되었다. 바람이 몸에 스민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R.구르몽/낙엽 落葉》

그런데 사람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 가는 것일까? 아니면 아름다움이 사람을 끄는 것일까? 사람이 아름다운 곳을 찾아가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아름다움이 사람을 끌기 때문이다. 미(美)는 사람을 끄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아름다운 사람을 좋아하고, 아름다운 삶을 존경하고, 아름다움을 추구해가지 않는가? 그래서 어떤 이들은 그것을 미의 마력이라는 말로 표현하는데 마력(魔力)이 아니라, 미의 매력(魅力)이라 말하고 싶다. 분명 그건 마력이 아니라 매력인 것이다.

어떤 매력일까? 먼저는 도약(spring = 봄)을 위해 스스로 자신을 버리는 떨어짐(fall = 가을)의 미덕이다. 즉 생명의 도약(=봄)을 위한 화려한 준비성! 바로 그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유비무한! 교육심리학 이론에서도 아주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용어다. 탁월한 지능을 가졌더라도 배울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을 ‘떨겨’ 현상이라고도 한다. ‘떨겨’ 현상이란 추운 겨울이 오면 나무는 수분과 영양분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하게 될 것이니까 수많은 잎들이 자신을 향한 영양 공급로를 차단시킴으로 나무의 영양결핍을 막아주어 겨울을 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나의 행복을 위해 너를 죽이는 살벌한 인간 세상의 모습과는 달리, 너를 위한 나의 버림, 너의 자리를 위해 나의 자리를 비워줌, 아! 이것은 인간 사회에도 찾아보기 힘든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낙엽의 사랑이 아닐까! 그 매력이 사람들을 끄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떨어진 낙엽은 그 나무가 추운 겨울을 무사히 넘길 수 있도록 비록 비단이불은 아니더라도 나무에게 따뜻한 이불이 되어주고, 바람의 도움을 얻어 이리저리 밀려가 여름 폭우로 패인자리, 들어난 뿌리들을 가만히 덮어준다.

이러한 낙엽의 모습은 오히려 상처 난 곳을 후벼 파며, 남의 약점을 폭로하고, 이용하는 오늘의 세태 속에서 그냥 스쳐 지나칠 수는 없는 매력이 아니겠는가? 그러다가 따스한 봄이 오고 새싹이 나올 때면 봄비에 자신의 몸을 적셔 이제는 썩어서 나무에게 거름이 되어주는 것이다.

기력이 쇠한 나무를 위해서 자신을 썩혀 거름이 되어주는 것으로 비로소 모든 것을 마감하는 낙엽의 일생! 그 매력! 그 장엄함이 우리를 끌고 있는 것일 게다.

/ 유석균 병영교회 담임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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